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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반응이 여자보다 약한 남자…엄살 아니고 진짜로 더 아프다


▲ 출처=셔터스톡

영미권에는 남자들이 독한 감기(bad cold)만 앓아도 마치 독감(flu)에 걸린 것처럼 증상을 과장하며 엄살을 피운다고 꼬집을 때 쓰는 표현이 있다. ‘남자의 독감’(Man flu)이라는 이 표현은 사전에 버젓이 등재돼 있을 정도로 흔히 쓰인다. 이를 두고 의학계에선 단순 감기나 계절성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influenza) 증상의 심한 정도에 실제로 남녀 차이가 있는 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왔다. 

그런데 한 가정의학과 교수가 남자들은 엄살이 아니고 의학적으로 진짜로 더 많이 아프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해 화제다. 이 논문은 새로운 실험 결과를 담은 것이 아니고 기존 연구 결과들을 종합 분석한 것이라 일각에선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남성들이 혹시라도 “아프다는 핑계로 어리광을 피운다”는 아내의 잔소리를 들을 때, “엄살이 아니라는 논문이 있어”라고 내밀만한 증거자료가 나온 것임엔 틀림없다.

캐나다 뉴펀들랜드 메모리얼대학의 가정의학과 교수 카일 수는 “남성은 여성보다 면역반응이 약하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브리티시메디컬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발표했다. 그는 일부 증거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남자들이 감기 증상을 두고 엄살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더 심한 감기에 시달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수 박사는 관련 있는 과학 논문들을 분석하고 남성들이 대체로 여성에 비해 감기나 독감 등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몇 가지 증거를 발굴해 논문에 실었다. 예를 들어, 2004~2010년 홍콩의 연구 결과에서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97~2007년 미국 통계를 살펴보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았다.

수 박사는 남성들이 감기 증상을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여성들에 비해서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더욱 심한 감기나 독감 증상을 앓는다고 주장했다. 호르몬이 남녀의 질병 발생률, 예방접종 반응, 감기 증상 차이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수 박사는 세포배양 및 동물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감염과 백신에 대해 강력한 면역반응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신체의 면역반응이 지나칠 경우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는 데,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남성보다 여성들이 자가면역질환에 더 잘 걸린다는 것.  

반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것으로 동물과 세포배양 실험에서 밝혀졌다고 언급했다. 수 박사는 남성의 면역학적 결손에 대해 사회 내 남성의 역할에서 비롯된 진화론적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배욕구가 강한 남성들은 종족 번식의 기회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다 사망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렇다 보니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사냥이나 전투에 나가면 짐승이나 적에게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런 날은 집에 머물며 체력을 비축했다. 반면 자녀를 낳아 키우는 역할을 맡은 여성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아 자녀를 보살피고 양육하기 위해 그만큼 강인해져야 했다.

수 박사는 남성들이 감기 또는 경미한 질병을 앓을 때 증상을 과장한다는 의혹을 받으며 ‘남자 독감’을 앓느냐는 핀잔을 당하기 십상이라며 ‘남자 독감’이 얼마나 자주 들을 수 있는 표현인지를 언급했다.

수 박사는 자신의 임상연구, 개인적 경험,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집단을 총동원해 감기나 독감을 앓는 남성들을 관찰한 결과, 남성은 병에 걸리면 대체로 제 기능을 못한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남성의 증상은 여성보다 훨씬 더 심하다는 얘기다.

▲ 출처=셔터스톡

이에 대해 감기나 독감 증상의 심한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들이 여러 가지 있는데 현재까지 과학적 연구에는 이러한 요인들이 모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남녀 차이가 있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수 박사 또한 홍콩과 미국의 연구결과는 음주 및 흡연 정도, 의학적 도움을 청할 의지 등을 고려해서 남녀 차이를 비교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 

수 박사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남성은 독감 백신 주사를 맞은 후 항체반응이 여성보다 떨어졌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언급하면서도 테스토스테론의 면역반응 억제 효과를 언급했다. 다만 그는 면역반응 관련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사실이라고 해도 이 차이를 가져온 진화론적 원인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수는 남성 호르몬이 공격적인 행동을 증가시키고 2차 성징의 발달을 촉진하기 때문에 남성 호르몬 수치가 높으면 번식을 위한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높다는 가설을 내세웠다. 이런 식으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남성 호르몬 분비가 활발한 남성들이 결국 종족 번식에 성공했기 때문에 남성들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면역반응이 여성보다 약해졌다는 것이다. 

한편 존스홉킨스 블룸버그공중보건대학의 사브라 클라인 부교수는 ‘남자 독감’이 모든 연령에서 실재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춘기 이전과 65세 이상 남성의 입원률이 같은 연령층의 여성보다 높은 건 사실이지만 가임 기간에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훨씬 심각한 질환을 겪는다는 것. 클라인은 여성들이 임신 중 남성보다 증상이 훨씬 심한 독감을 겪으면서 독감 바이러스에 대해 더욱 강력한 면역반응이 발달하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남성 입원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에서 어린 여자 또는 남자 아이들을 더 신경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남성들은 건강관리나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서 병이 깊어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클라인은 ‘남자 독감’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결론 짓기에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수 박사는 남성과 여성의 독감을 똑같은 방법으로 치료하면 둘 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남성이 상대적으로 더 쉽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남성은 여성보다 조기에 심혈관 질환 발병 여부가 확인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소파나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거나 일상 생활에서 남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남성들의 게으른 태도는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려는 진화론적인 행동 양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언급했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싸움에 패해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 집에 머물며 체력을 비축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 박사는 "남성들은 대형 TV와 푹신한 소파가 갖춰진 남성 친화적인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때 보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페렐만의대 에빙 라우텐바흐 교수는 수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남성의 면역반응이 여성보다 약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를 반박했다. 수 역시 논문에서 "면역반응 차이 때문이라고 확실하게 말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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