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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뱃속에서 고혈당에 노출된 아기는 왜 심장기형이 생길까?


▲ 출처=셔터스톡

임신 중에 당뇨병을 앓은 여성이 낳은 아기는 선천성 심장병 발생 위험이 높다고 한다. 선천성 심장병이란 엄마 뱃속에서 아이의 심장이 형성되고 발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심장의 모양이 기형이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왜 엄마가 당뇨이면 태아에게 심장 기형이 나타나는 걸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보건과학대 연구진이 그 답을 내놓았다.

미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Science Daily)의 보도에 따르면, UCLA 연구진은 혈당 수치가 높으면 심장세포가 정상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게 되는 기전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심장세포가 과도한 당분에 노출될 때 DNA 빌딩블록을 평소보다 많이 생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되면 심장세포는 정상적으로 성숙하는 대신 재생 과정만 거듭하게 된다.

나카노 아츠시 UCLA 분자세포발달생물학과 부교수는 “임신 중에 엄마의 혈중 포도당 수치가 높을 경우 태아에게 질병이 발생하는 기전을 이해함으로써 해당 질병의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나카노 박사는 유전학이 선천성 심장병 발생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임신 중 당뇨병을 앓고 있는 엄마는 아이의 선천성 심장병 발생에 주요한 비유전적 위험인자라고 설명했다. 임신 중에 혈당이 높은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선천성 심장병 발생 가능성이 혈당이 정상인 엄마가 낳은 아기에 비해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카노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심장근육세포(cardiomyocyte)를 길러낸 다음 농도가 서로 다른 포도당에 심장근육세포를 노출시켰다. 그 결과, 고농도의 포도당에 노출된 심장근육세포의 경우 성숙이 느리게 진행되거나 완전히 성숙하지 못하는 것을 관찰했다. 대신, 포도당 농도가 정상일 때에 비해 미숙세포가 훨씬 많이 생성됐다. 

심장근육세포가 과도한 당에 노출되면서 뉴클레오타이드를 생성하는 세포 과정인 ‘5탄당인산경로’(pentose phosphate pathway)가 과잉 활성화된 것이다. ‘펜토스’라고로 불리는 5탄당은 탄소원자 5개로 이루어진 단당류이며, 뉴클레오타이드는 염기 하나와 5탄당 하나, 그리고 한 개 이상의 인산으로 구성된다. 그러므로 포도당 농도가 높은 세포의 경우 5탄당인산경로에서 보다 많은 뉴클레오타이드를 만들어낸다. 

나카노 박사는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많은 영향을 섭취할수록 세포에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세포 발달 과정 중 적절한 시점에 포도당이 고갈되면 세포 수를 늘리는 증식 활동은 제한되고, 이후 세포는 성숙에 힘을 쏟으면서 심장근육을 강화한다. 다시 말해, 포도당이 과다해서 좀처럼 고갈되지 않을 경우 세포 증식이 제한되지 않아 세포가 정상적으로 성숙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나카노 박사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심장근육세포를 만드는 방법이 한층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실험실에서 심장근육세포를 만들기 위한 대부분의 프로토콜은 미성숙한 세포들을 만들어냈지만, 앞으로 5탄당인산경로를 표적으로 하면 성숙한 세포들을 더 많이 만들어 손상된 심장세포를 재생하거나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천성 심장병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 100명 당 거의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선천적 장애이다. 증상은 심장근육이 다소 약하게 태어나는 것부터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장 기형이 심각한 경우까지 다양하다.  

한편 임신 중 포도당 과다 노출은 아이의 심장근육을 약화하는 위험 외에도 아이가 천식에 걸릴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What to Expect’가 밝혔다. 미국에서 천식을 앓는 아이의 수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의사들은 비만과 영양 부족이 늘어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의료 전문가들은 당과 비만이 천식을 일으키는 이유를 확실히 규명하진 못했지만, 당과 비만이 체내에 염증을 일으켜 면역체계가 가동되면서 호흡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론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브리검영대학교의 연구진은 임신 중 여성이 섭취하는 당분의 양과 아이가 나중에 천식에 걸릴 위험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보는 연구를 수행했다. 

1999~2002년 임신부 1,0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임신 3개월, 6개월이 되는 때에 임신부들에게 하루 평균 탄산음료와 과일주스 섭취량을 설문 조사했으며, 조사에 참여한 임신부들은 ‘한 달에 가당음료를 한 잔 미만으로 마신다’에서부터 ‘하루에 4잔 이상 마신다’까지 설문지 답변을 선택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임신부들의 가당음료 섭취량과 아이들의 천식 발생률을 비교 분석했고, 임신부의 체질량지수(BMI), 나이, 학력, 소득, 임신 중 흡연 여부, 체중 중가, 비타민D 섭취량 등의 요인도 고려했다. 이에 따라 엄마가 임신 중에 하루 단 0.6잔의 가당음료만 마셔도 아이가 7세가 됐을 때 천식 진단을 받을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신부의 당 섭취가 아이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는 만큼 당뇨병을 앓고 있는 임신부는 가능한 한 정상 혈당을 유지하도록 혈당 관리에 힘써야 한다. 자가혈당 측정기를 사용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혈당 수치를 확인하고 수치가 높아질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임신부들을 돕기 위한 시범연구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메드시티뉴스’(Med City News)의 보도에 따르면, 베이비스크립츠(Babyscripts)는 임신성 당뇨병을 앓고 있는 임신부들이 자사의 원격 모니터링 기술을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2018년 2월 시범연구를 개시한다. 베이비스크립츠는 고위험 임신부들을 지원하기 위한 원격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한 신생 IT기업이다.

베이비스크립츠는 노스캐롤라이나 소재 콘헬스(Cone Health)와 함께 시범연구를 실시한다. 콘헬스는 6개 이상의 병원과 외래환자센터를 보유한 대규모 헬스 네트워크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임신부 100명이 혈당을 측정하여 베이비스크립츠 애플리케이션에 혈당 수치를 입력하면, 콘헬스의 임상팀이 이들의 혈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혹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 대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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